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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테라오 겐 “소비자에게 즐거움 주는 디자인이 최고”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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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테라오 겐 “소비자에게 즐거움 주는 디자인이 최고”

‘가전업계 애플’ 발뮤다CEO 인터뷰

뮤지션·공장 근무 경험이 창업으로
포장재·카탈로그까지 ‘단순함’ 추구
“한국 돌솥비빔밥 용기·전통찻잔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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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중퇴한 17살 소년은 이후 인생의 항로를 여러 번 바꿔가며 세상과 부딪쳤다. 대학 등록금으로 쓸 작정이었던 돈을 들고 훌쩍 남유럽으로 떠나 무작정 걸으며 1년간 방랑자 생활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록 밴드를 결성해 뮤지션으로서 성공도 꿈꿨다. 음반을 냈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9년 만에 밴드는 해체됐다. 이후 여러 번 문전박대 당한 끝에 지방의 한 작은 공장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본 기계들을 돌리며 손에 기름때를 묻혔다.
공장에서의 ‘혹독한 수업’ 덕분이었는지 그는 조금씩 물건을 디자인하고 조립하는 것에 재주가 생겼다. 그렇게 만든 노트북 거치대는 그의 인생 첫 ‘상품’이 됐다. 5개만 만들어 뒀던 노트북 거치대는 금세 동이 났고 추가로 만든 100개도 불티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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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가전제품 시장을 뒤흔든 일본의 강소기업 발뮤다(BALMUDA)는 그렇게 탄생했다. 창업자 테라오 겐(44)을 설명할 땐 이처럼 그의 이색적인 경력이 먼저 소개되곤 한다. 실제로 그의 경험들은 그대로 발뮤다의 제품 디자인에도 반영됐다.

테라오 겐은 “모든 것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며 젊은 시절 음악 활동을 한 자신의 경험이 지금 가전제품을 만드는 일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헤럴드경제와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자와 그루브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음악의 결정적인 요소”라며 “음악은 내게 이 중요한 원리를 가르쳐줬고 발뮤다도 이 원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발뮤다는 이런 즐거움과 신나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테라오 겐은 “물건을 접할 때 시각은 오감 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용된다. 멋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 디자인은 제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발뮤다가 차례로 선보인 선풍기, 공기청정기, 커피 주전자, 토스터기 등은 소비자들의 오감을 사로 잡았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높지만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소비자들은 처음엔 발뮤다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에 매료돼 제품을 찾지만 디자인 뒤에 감춰진 편의성을 높이 평가한다.
테라오 겐은 “나는 사람들이 디자인만 보고 우리 제품을 구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뮤다의 선풍기 ‘그린팬’(GreenFan)’을 그 예로 들었다.
그린팬은 소음을 대폭 줄이고 이중구조의 날개로 전에 없던 자연의 바람을 구현해 출시 직후 매년 품절 현상을 불러왔다.
그는 “그린팬은 부드러운 자연풍,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소음이 적어 편안함을 제공한다”며 “우리는 가전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멋진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를 만들며 이것이 우리의 성공 요인이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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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편안함이란 그의 디자인 기준에서 한국의 돌솥 비빔밥 그릇과 전통 찻잔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도구’다. 그는 돌솥과 전통 찻잔 고유의 특징이 밥을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한층 더 높여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발뮤다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단순함은 제품 뿐만 아니라 포장재와 카탈로그에까지 담겨 있다. 단순함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점이 애플사와 비슷하다고 해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로도 불린다.
테라오 겐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우리가 제품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간단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이 단순한 것”이라며 담담하게 설명하면서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의 진정한 가치는 어떤 것인지 장시간 고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03년 사무용 가전에서 출발한 발뮤다는 그동안 생활 가전제품을 거쳐 최근 커피 주전자와 토스터기 등 주방가전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의 다음 목표가 궁금했다. 테라오 겐은 “세부 사항은 비밀”이라면서도 “에어(Air) 시리즈와 주방(Kichen) 가전 시리즈를 잇는 새 제품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7의 연사로 초정된 그는 오는 7일 ‘디자인-인사이드, 작은 차이가 큰 행복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첫 강연을 할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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