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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농촌의 미래…‘발효건축’을 아시나요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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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건축 자체만으로도 이미 反환경적
농촌이 사라지는 현실…행복할까?

‘건축으로 해결할 방법’ 고민 출발점
황토와 누룩방균 혼합한 숙성실
먹색으로 채운…그 결정체 ‘양조장’
쌀 생산지역서 실험해볼만한 소재
제품 넘어 콘텐츠화…협업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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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건축, 이미 우리에겐 상당히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다. 원래 산·평지였던 곳을 허물고 파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건물을 짓는 것. 그것이 ‘친환경’적 이기는 쉽지 않다. 건물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기반시설을 닦는 것까지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친환경적인 건축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사실 건축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반(反)환경적입니다. 농촌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논밭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기대에 살아있는 공동체. 상당히 사라져버렸지만 남은 것만이라도 지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수제 막걸리 복순도가(福順都家)의 대표이자 건축가인 김민규(39)씨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농촌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다들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논이었던 곳에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땅 값이 오르면 싫어할 사람이 없죠. 그런데 원래 그곳에 사시던 분들, 50년 넘게 그 땅에서 농사짓고 사시던 분들도 행복하실까요?”
 
도시와 인접한 농촌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다. 개개인에 따라 이같은 변화가 반가울 수도,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평생 농사짓던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도 다시 농사지을 곳을 찾는 분들을 보고 이것을 ‘건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도달한 결론은 ‘농사로 상당한 수익이 보장된다’는 명제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때부터 손막걸리를 만들어오던 술도가집이 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계기다. 지역의 쌀을 사들여 막걸리를 만들고, 수익이 보장되면 자연스레 논밭이 쉽게 도시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플한 아이디어다.
 
복순도가는 2010년 판매를 시작해 그해 지역 특산주로 승인 받았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3년 청와대 재외공관장 만찬 공식건배주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 건배주 및 베니스비엔날레 만찬주로도 사용됐다. 국산 쌀과 전통 누룩으로 빚어 탄산이 강하고 단맛이 깔끔해 젊은층 사이에선 ‘막걸리계 돔페리뇽’으로 불린다.
 
울산 언양에 있는 복순도가 양조장은 이같은 고민의 결정체다. 미국 뉴욕 쿠퍼 유니언(Cooper union)에서 건축을 전공한 김대표는 “설계와 건축이 전부가 아닌 지역과 공동체, 그들과 함께 살아있는 생명체로의 건축이 늘 목표였다”고 말한다. 졸업 후 그는 고향인 언양에 돌아와 양조장을 지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금 문제는 물론이고 지역 어르신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 집 아들래미가 뭘 짓는대’에서 ‘갸가 뭘 하겄다는 데 어떻게 도와줄까’로의 변화가 필수적이었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전체적으로 먹색이다.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추수하고 남은 볏짚을 태워만든 재를 콘크리트에 섞어 착색시켰다. 효용을 다 한 벼가 재가 되어 땅으로 돌아가듯, 시간속에서 변화에 순응하겠다는 의미다. 지금도 벽에는 검게 탄 새끼줄이 그대로 남아있다. 내부 공간은 막걸리 부산물인 누룩 찌끄래기로 파사드를 만들었다.
 
술이 발효되는 숙성실은 지역 황토와 할머니 집 누룩방 균을 혼합해 지었다. 유산균에 발효할 때 톡톡 터지는 소리는 비가 내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악기 연주처럼도 들리는데, 이 소리를 채집해 바깥엔 LED조명을 걸었다. ‘톡’ 터질 때 마다 불이 켜진다. 어두운 밤, 주변의 불이 다 꺼졌는 데도 홀로 바쁘다. 대지를 밝히는 등대를 자처한다.
 
김대표는 자신의 건축을 ‘발효건축’이라고 부른다. 쌀이 술로 변하는 ‘발효’를 품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로, 지역 사람들이 막걸리를 빚고, 그 과정에서 대지와 사람이 ‘발효’되는 유기적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제 건축이 시간과 물질 그리고 순환을 담아내는 거대한 대지의 가마가 되길 원하면서 도가의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을 대지와 연계해 만들었습니다.”
 
현재 복순도가는 전통주를 기본으로 화장품, 레스토랑, 펍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넘어서 ‘발효문화’라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중이다. 다양한 국내 브랜드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협업도 준비중이다.
 
먼 미래에는 ‘발효건축’ 자체를 수출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양조장을 기본으로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구조는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면 충분히 실험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중문화를 위시한 한류가 맹위를 떨치고 있듯이, 언젠가는 발효건축도 한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젊은 건축가 겸 기획자의 꿈이다. 그 꿈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의미있는 즐거움이 가득할 것이란 기대가 점점 커진다. 10년 후의 모습이 더욱 궁금하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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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건축#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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