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content
home CONTENT
ART
귀로 액정으로 즐기는 작품…‘눈’은 거들뿐
2020.06.15
edit article
헤럴드디자인

20200615000438_0.jpg

 

20200615000439_0.jpg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전시’로 찾아온다. 현대미술이 시각을 넘어 오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소리가 주인공인 전시,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에서 완성되는 전시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두 전시를 만나봤다. 5G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이 더욱 일반화 된 시대에 현대미술은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까. 사진은 윗쪽부터 Robert Henke, Fragile Territories, 2011, 2019와 신중식, 불가능 한 것은 없다, FRP sculpture(200 x 120 x 350㎝), MR(600 x 600 x 600㎝), VR(600㎡), 2020 [디뮤지엄·프로젝트 그룹 은 제공]

 

 

현대미술이 ‘시각’을 넘어 오감으로 확장한다. 소리가 주인공인 전시,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에서 완성되는 전시가 그 주인공들이다. 최신기술의 도움으로 펼쳐지는 전시는 현대미술의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디뮤지엄=젊고 트렌디한 전시로 유명한 디뮤지엄이 ‘소리’를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한다. ‘사운디뮤지엄(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말 그대로 소리를 통한 시각, 촉각,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코로나로 개막이 수차례 연기되다 마침내 문을 열었다. 전시기간도 12월 27일까지로 늘어났다

 

전시는 먼저 ‘귀’라는 신체기관을 깨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다비드 헬비히의 영상을 따라하며 손가락으로 귀를 막았다 뗏다를 반복하면 혼자만 들을 수 있는 비트로 구성된 음악이 들린다. 어릴적 친구들과 했던 장난처럼 간단한 퍼포먼스지만 집중력은 최고다. 이어 방과 방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작품은 연이어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Lab212는 전시장에 천장에서 바닥까지 광섬유를 설치하고, 이를 건드리면, 가장 안쪽에 자리한 피아노가 특정 멜로디를 연주하도록 했다.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광섬유를 튕기거나 만지면서 만나게 되는 우연한 사운드를 경험한다. 섬광처럼 빛나는 레이저의 움직임과 사운드가 생성하는 무한한 공간으로 관람자를 이끄는 로버트 헨케의 대형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없는 공간은 마치 무중력의 우주에 갇힌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시는 외부공간인 3층에서 하이라이트를 맞이한다. 음악을 추상 애니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했던 오스카 피싱거, 메리 엘렌 뷰트, 줄스 엥겔, 조던 벨슨 등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1930년대 비주얼 뮤직으로, 소리와 이미지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하는 초기 시청각 작업들로 하나 하나 의미가 깊다.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주얼 뮤직센터(CVM)의 아카이브들이다.

 

전시의 대미는 바스쿠와 클루그의 ‘빛의 숨결(Breath of Light)’이 장식한다. 2018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센서에 숨을 불어넣으면 샹들리에처럼 투명한 조명들이 차례로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낸다. 여러명이 함께 불면서 체험을 공유하는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비말감염우려에 스태프들이 관객을 대신해 체험해준다.

 

▶플랫폼엘=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엘(platform L)’은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전시 ‘퓨쳐데이즈-시간의 공간’을 개최한다. 전시를 기획하고 제작한 크리에이티브 그룹 ‘프로젝트 은(Project ONN)’ 지난해 11월 ‘퓨쳐데이즈-순간을 경험하다’라는 제목으로 제주 사려니숲과 강릉 주문진 앞바다를 전시장에서 구현한 바 있다.

 

이번에는 프로젝트 은의 대표작가인 신준식이 18세기 말 프랑스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바야흐로 정치, 사회, 문화를 비롯해 가치와 이념이 충돌하고 완전히 전복됐던 ‘프랑스 대혁명’의 시대다. 관객들은 전시장에 비치된 태블릿PC나 본인의 스마트폰 혹은 MS 홀로렌즈를 통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야외 마당에 설치된 백마 조각은 맨눈으로 보면 그저 조각일 뿐이지만, 액정을 통해서 보면 눈이 내리는 설산이 펼쳐진다. 작가의 분신이자, 전시의 안내자인 아바타의 움직임을 따라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면 계단에서는 둥둥 떠다니는 물체를 만날 수 있다. 아바타는 프랑스 최초 ‘공화정 체제’가 탄생하는 그 순간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근대화 시기 프랑스를 통치했던 루이 15세의 조각과 루이 오귀스트의 단두대의 처형이 벌어지는 모습이 담긴 회화를 차례로 만난다.

 

그런가하면 2관 전시장에서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객의 표정을 카메라가 읽고 AI가 추천하는 오르골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어 공간으로 무한대 확장하는 회화를 지나면 프랑스 초대 황제인 나폴레옹1세를 만난다.

 

“내 사전에 실패란 없다”는 말로 유명한 나폴레옹은 예의 백마위에 올라앉아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지만, 그 뒤로 시선을 돌리면 야심가이자 전략가, 정치선전의 귀재이자 독재자로서의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김인현 프로젝트 은 예술감독은 “동시대 기술의 진화가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해가며, 미술 작품의 감상과 소비 변화의 양상까지 살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한빛 기자

 

keyword
#디뮤지엄#플랫폼엘
share
LI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