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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의 가치를 전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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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환경 보호의 가치를 전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LUSH’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서울 강남역 부근, 대학로를 거닐다 보면 직원이 상점 밖으로 나와 거품을 만들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저기 뭐 하는 데야?’라는 궁금증을 안고 고개를 들어보면 'LUSH'라는 간판이 보인다. 영국계 핸드메이드 화장품 회사인 러쉬는 굳건한 철학, 독보적인 마케팅 방식, 다양한 캠페인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사진 출처=러쉬 인스타그램>

러쉬는 1995년 영국에서 탄생한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이다. 과일, 채소, 에센셜 오일 등 신선한 자연 성분을 주원료로 하면서도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향기를 선보인다. 뛰어난 제품력뿐만 아니라 러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처럼 정체성이 뚜렷한 이유는 설립 초기부터 환경 보호, 동물 실험 반대, 과대 포장 반대 등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러쉬는 다른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와 어떻게 차별화를 했을까? 창업 멤버였던 헬렌 앰브로센은 미생물학자와 함께 방부제를 넣지 않고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때부터 미생물 번식을 막을 수 있는 환경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라임 꽃을 달인 물과 꿀, 계피 잎 등 자연 항생물질을 통해 방부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았다. 여러 차례 실험을 한 결과 각각의 성분들이 서로 다른 원리로 세균의 번식을 막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다른 자연 성분과 배합하여 오늘날 판매되는 천연 마스크가 탄생하게 됐다.

러쉬만의 제품 디자인 철학도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는 용량 대비 지나치게 큰 용기를 사용하거나 2~3단계에 걸친 과대 포장을 한다. 하지만 러쉬는 이에 반대하여 제품 포장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시도를 했다. 러쉬에서는 고체 컨디셔너, 버블바, 마사지바 등 다양한 종류의 비누와 입욕제를 판매하고 있는데, 모두 별도의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진열해놓는다. 일명 ‘Naked Packaging'이다. 러쉬는 'Go Naked Campaign'을 통해 불필요한 포장을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모든 제품을 고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샴푸바는 3병의 액상 샴푸의 양을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 이로써 플라스틱 3병만큼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체 비누는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운반하기에 가볍다. 매장으로 운송되는 중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러쉬 인스타그램>

덕분에 소비자는 테스터 없이도 비누 고유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고, 직접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포장재가 없는 대신 현장에서 바로 제품을 잘라 낱장으로 된 종이에 싸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집에 가져가기까지 문제가 없다. 환경과 소비자 모두를 생각하는 이러한 시도는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 혁신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러쉬 인스타그램>

하지만 고체화하기에 무리가 있는 제품들이 있다. 러쉬는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러쉬의 상징인 블랙팟은 내구성이 강하고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Polypropylene Plastic, PP)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재활용 PP로 만들어진 블랙팟의 라벨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은 후 매장에 가져다주면 공정과정을 통해 다시 녹여져 새로운 블랙팟으로 재탄생된다. 블랙팟 외에도 샴푸와 샤워젤이 담겨있는 용기의 뚜껑, 립스틱과 파우더 제품의 용기 또한 재활용된 PP로 만들어진다. 매장의 블랙 보드, 제품 설명 라벨도 예외가 아니다.

샤워젤과 액상 샴푸는 제품이 잘 통과하도록 만들어진 깔때기 모양의 입구로 된 투명한 용기에 담겨 나온다. 이 용기는 PET라고 불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PET는 일반적으로 음료수병으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물을 모두 사용하고 난 뒤에는 동일하게 재활용이 가능하다.

선물 상자도 재활용 캠페인의 일환이다. 핸드메이드 선물 상자는 재활용 카드보드와 고치 명주실로 만든 재생지로 제작한다. 선물 태그와 포장지, 안내 책자까지 모두 100% 재활용된 용지와 천으로 만들어지며, 집에서도 재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선물 상자 바닥에 넣는 완충재까지 옥수수 전분 성분으로 만들어져 물과 땅에서 빠르게 자연 분해된다. 상자를 감싸는 알록달록한 리본들도 PET 플라스틱 실이 변형된 것이다. 러쉬는 자사가 재활용된 소재들을 사용하는 만큼 소비자도 재활용하도록 장려한다.


<사진 출처=러쉬 공식 홈페이지>

일본 전통 보자기 푸로시키(furoshiki)에서 영감을 받은 낫랩(Knot Wrap)도 있다. 작은 천 조각으로 만들었지만 화려한 푸로시키는 주로 일본에서 온천을 찾을 때 옷과 소지품을 수납하는 가방처럼 사용되어 왔다. 러쉬는 소비자들에게 낫랩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반다나처럼 헤어 액세서리로 사용하거나 외출을 나가기 전 몇 번 접어 숄더백이나 벌룬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묶는 방법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기 편하고, 선물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대체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착한 제품이다.

러쉬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오일 등 안전한 원료를 사용하여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연주의 브랜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력을 향상하는 데에만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제품 및 패키징 디자인에서도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포장을 추구하기 위해 액체 제품의 고체화를 시도하고, 포장해야 한다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한 재료를 연구하며 폐기물을 최소화하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영국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 폐기물은 퇴비로 사용되고, 플라스틱은 영국 내에서 재활용되며, 목제 폐기물은 바이오매스 보일러에서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재활용 활동과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러쉬의 신념에 동참하는 코스메틱 브랜드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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