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를 그리는 광고'가 있다
남우리 (객원 에디터/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광고 대행사에서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제작팀은 두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을 한다. ‘문구’를 책임지는 카피라이터와 ‘그림’을 책임지는 아트디렉터.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필연적 협력자의 운명이다 보니 혹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의 업무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긴 힘들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위해, 이 두 전문가 그룹은 일반적으로 글, 그림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게 싸운다. 코어 컨셉이 정해질 때까진 말이다. 이렇다 보니 가끔 카피라이터의 역량인지, 혹은 아트디렉터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오늘 칼럼에서 언급하려 하는 ‘카피를 그리는 광고’다.
1) [SKT] LTE를 새로보면 ‘눝’
젊은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LF는 [눝]과 같은 공식을 활용했다. 외국어인 LF에서 친근한 한글을 찾아낸 것. L을 한글 자음 ‘니은’ 으로, F를 한글 모음 ‘야’로 해석했다. 재미있는 건, 이 해석이 따로 설명없이도 억지스럽지 않게 영상에 그려진다는 거다. 영상 속 아이모델이 “나 어버이날 어떡하냐?” 라고 물어보면 ‘냐’가 ‘LF’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식이다. 그림도 재미있는데, 스토리의 인과관계도 흠잡을 수 없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영상은 영상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재밌다! 출퇴근 길에, 와이파이없이 데이터를 쓰며 영상을 볼 만큼! 정말이지, 카피를 제대로 그리며 할 것도 다 했다.
2016 LF몰 바이럴 영상 ’나 어버이날 어떡하냐’
(동영상 출처 : 유투브 채널 LF )
3) 2016 상반기 광고의 주인공, SSG의 ‘쓱’
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며 가장 지겹도록 들었던 얘기가 “강남스타일 같은 광고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이었다. 매체비도 안쓰고, 유투브에만 올려도 미친듯이 바이럴이 되는 신 같은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말이다. ("돈 없지만 돈 많이 쓴 것 같은 광고 만들어 주세요"의 순화된 표현이다) 그런데, 드디어 2016년에 이 지겨운 이야기가 멈췄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대신 그 자리를 차세대 주자가 빠르게 채웠다. “쓱 같은 광고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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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리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했으며,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카파라이터로 근무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 아모레 퍼시픽 라네즈, 마몽드 등의 캠페인을 담당했으며 2013년 칸 국제광고제 '영라이온스 필름' 부문의 한국 대표이기도 했다.
현재 광고 에이전시 "스튜디오좋"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회사 이름대로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꿈이며,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인 남편 송재원과 24시간 알콩달콩 작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