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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동화책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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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동화책

안녕달 작가의 일러스트

By 양진이 (스토리텔러)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과 동화책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잡았다. 도서와 취미의 트렌드에도 힐링과 삶을 즐기는 유행이 불면서 특유의 감성과 위안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안작가의 동화책들은 SNS을 타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한적하고 느릿한 노인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탄생한 최근작 ‘할머니의 여름 휴가’, 동심을 자극하는 소박한 일러스트와 작가의 개성이 담긴 상상력이 매력적인 ‘수박 수영장’, 어린 아이와 엄마, 동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동화의 매력을 가득 살린 ‘왜냐면…’ 까지 안녕달 작가의 동화책 3편을 통해 잠시나마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느껴보자.

1. 수박 수영장

 

사진= ‘수박 수영장’ 중 한 장면

안녕달 작가는 수박을 좋아해서 한여름만 되면 수박을 기다렸고, 여름이 가는 것을 어머니가 더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생각나는 두 가지- 수박과 수영장을 접목시킨 상상력이 기발하여 그림만 봐도 왠지 그 시원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여름의 햇볕이 한창 뜨거울 때 수박이 다 익었습니다’ 그리고 수박이 반으로 쩍 갈라지자, 시원하고 거대한 수박 한 덩어리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수영복을 입고 달려온다. 어린이들은 튜브를 끼고 수박 꼭지를 다이빙대 삼아 다이빙을 하고, 아삭아삭한 수박살을 밟아 물이 되면 그 웅덩이에 몸을 담그는 이야기이다. 거대한 수박의 표면으로 올라타 저벅저벅 걷다가 씨를 휙 던지고 구멍에 몸을 누이기도 한다. 마지막엔 해가 지고, 올해의 수박수영장도 다 문을 닫지만 내년 여름은 또 오기에 아쉬움을 접어두고 인사를 한다. 사물에 대한 아쉬움과 애정, 상상력, 완숙된 과일이 사라지는 한편의 동화적인 에피소드는 의도치 않게 어른들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한다. 색연필의 가느다란 실선이 전부 느껴지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의 일러스트와 책의 한 페이지에 거대하게 위치한 수박의 구도, 만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과감한 가로 4분할의 구성, 페이지를 과감히 벗어나는 넓은 구도를 감상하는 디자인적 묘미도 가지고 있다.
2. 할머니의 휴가


 

사진= ‘할머니의 휴가’의 한 장면

늙고 연약한 할머니, 한여름 무더위에도 집안에서 선풍기만 바라보느라 피부와 머리가 전부 하얀 할머니는 손주가 준 소라에서 나는 바닷소리를 듣고 소라 속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는 할머니 만의 바다가 나타나고, 바다시장에서 기념품도 사고 할머니만의 모래사장에서 강아지 메리와 둘만의 여름 휴가를 즐긴다. 수박 반통과 발랄한 꽃무늬 수영복이 포인트.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잭에서는 기발한 상상력의 장치가 어른들에게는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손자가 선물한 소라속 세상은 꿈이 이루어지는 곳일까, 아님 제약된 상상 속 일까. ‘수박 수영장’의 주된 색감이 수박 속살의 빨간색이었다면 이 작품의 주된 심상은 에메랄드 빛 바다색이다. 책 표지의 광범위하게 펼쳐진 바다가 단순히 예쁘게 그려진 그림 이상의 어떤 풍만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예쁜 일러스트를 너머 작가만의 개성과 찡한 감수성이 느껴지는데는 진솔한 스토리가 갖고 있는 콘탠츠의 힘일 것이다.

3. 왜냐면…

 
사진= ‘왜냐면…’의 한 장면

이번 작품의 특징은 목욕탕에 같이 가는 엄마와 아이의 여정에서 오고 가는 대화와 수채화 같은 어촌마을을 정감 있게 그려냈다. 새와 물고기의 대화, 비가 내리면서 물방울과 수많은 새들이 하늘에 가 흩어져있는 구도, 의인화 되어 있는 사물과 물고기, 바닷속 세상의 알록달록 색감과 일러스트가 넘치듯 꽉 찬 화면은 안녕달 작가만의 시그니처 디자인일 것이다. 골목길, 바닷속 상상의 세상, 어촌 시장, 집까지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하며 ‘왜?’라며 묻는 질문들에 대한 어린이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특징이 있다. 작가의 관찰력과 애정, 끈기가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감동적인 일러스트는 또다른 트렌드를 이끌것이다.

안녕달 작가는 스스로 게으르고 멍하니 빈둥대다가 편하게 생각나는 대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늘 시간과 스트레스에 쫓기는 어른들에게 안작가의 동화책들이 위안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꾸준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되,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수 차례 공모전을 탈락하고 출판 거절당해도 포기하지 않은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몇 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컬러링과 캘리그라피 열풍은 무엇인가 일부러, 억지로 예쁜 것을 찾아서 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안녕달 작가의 동화책이 더욱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우리의 정겨운 일상 풍경이 주제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일러스트로 시선강탈, 스토리로 마음이 정화되는 동화책 트렌드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지.

 


 

모든 이미지 출처: 안녕달 작가 홈페이지 http://bonsoirlune.com 
참고문헌: 안녕달 “백수로 살면서 지켜본 세상 이야기” http://ch.yes24.com/Article/View/3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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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일러스트#작가#동화#소설#인생작품#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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