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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골목길… 포미(For me)족의 아지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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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공방 골목길… 포미(For me)족의 아지트

By 오누리 (스토리텔러)

언젠가 ‘단체손님, 회식 환영’ 이라는 문구를 식당 한켠의 벽에서 쉽게 발견한 적 있다. 여전히 붙어있네 라는 생각과 동시에 퇴근 이후 자신의 삶을 회식으로 보내고 싶어하지는 않는 내 주변의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그 젊은이들에게 물어봤다. 퇴근 이후에 힘들게 번 돈을 어디다 쓰고 싶은지 말이다. 공통된 대답은 ‘자신’에게 위로할 수 있는 소비였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하루의 수고를 위로할 소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들은 자칭 포미족 (For me)이라 지칭하는데 이미 럭셔리 브랜드에서 스몰 럭셔리족이라 불리며 주력 타켓층으로 여겨진지 오래이다. 하지만 물질적 소유만으로 하루의 수고에 대한 보상심리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터. 그래서 퇴근 이후에 자신의 삶을 찾는 포미족 중 상당 부분이 공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서촌에 골목 한켠마다 위치한 다양한 공방들 창문 너머로 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새어나온 풍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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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위치한 박노수 미술관 입구모습_사진출처: pyeongchang2018 웹페이지>

서촌은 경복궁 역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한 마을을 가르키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사람 손맛나는 정취가 느껴지는 서촌의 수 많은 골목 중 옥인길와 누하동에 다양한 공방들과 스튜디오가 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모른다. 예전 이 지역은 궁궐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품들을 조달하던 다양한 지인들과 공예가들이 모여 살던 곳이기도 하다. 경복궁 역 앞로 앞 거대한 기업과 공기업들의 건물을 뒤로한 채 점차 조용해지는 골목길에 도달하면 각자 개성마다 발길이 닿는 다양한 공방들은 우리는 만날 수 있다. 그 다양함은 가장 익숙한 가죽부터 도자기, 목공, 크로켓 (뜨개질), 인형, 향수, 캔들까지 이른다. 그래서 대표적인 공방 지역 중 누하동에 위치한 향수, 크로켓, 도자기 공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1. 향수 공방 ‘살롱 두 파퓨메’

<살롱 두 파퓨메 내부와 입구모습_사진출처: 작자 직접 촬영 이미지>

장준영 대표와 함께 20-30대 남자 조향사가 모여 만든 곳으로 방문했을 당시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공방 한켠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향을 찾는데 삼매경이었다. 공방 운영과 함께 자신들의 향수 브랜드를 알리는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디뮤지엄에서 향수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향수공방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알렸다. 특히 향수 시향과 함께 조향사 분의 지극히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은 포미족이 자신만의 향을 직접 제조하고픈 로망을 갖게하는데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2. 뜨개질 공방 ‘뜨락’

뜨개질 공방 ‘뜨락’은 누하동에서 신참내기 뜨개질 공방이다. 세련된 전통 인장을 연상케하케 하는 뜨락 로고는 비즈니스 카드에서부터 입구 나무 간판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공방의 차별성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의 뜨개질 공방들이 인형과 DIY 소품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다루는 것과 달리 ‘뜨락’은 쇼룸을 연상케하는 가방과 액세서리 아이템을 진열하였다. 직접 일본과 실로 유명한 지역을 여행다니면서 공수한 실들을 즐겁게 소개해 주시는 공예가의 모습과 공간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뜨는 즐거움이라는 공방의 브랜드 정체성이 잘 드러난 스토리텔링만큼 공방 안 하나하나에 배려가 느껴지는 소품들로 가득차 있어서 퇴근 후 지친 수강생, 포미족들이 느낄 만족도를 짐작케한다. 그리고 감각적인 디스플레이와 작품의 완성도들은 공방에 대한 실력을 은은하게 전달하는데 한 몫한다. 그래서 뜨개질에 관심없던 이들도 무심코 지나치나 발길을 멈춰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뜨락 입구 간판과 내부 모습_사진출처: 바오미다 블로그 이미지(왼), 작자 직접 촬영 이미지(오)>

3. 도자기 공방 ’히어 리’

살롱 드 파퓨메 바로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히어 리’는 도자기 공방이다. 다양한 이유로 원데이 클레스를 찾는 이들의 후기가 인상적인 이 곳 간판 역시 앞서 소개한 공방들에 견주어 손색없다.

<히러 리 입구 간판과 내부 모습_사진출처: hereyoung 블로그 이미지(왼), Hwang ×2 블로그 이미지(오)>

블로그 공지를 통해 원데이 클래스 신청을 받는 이 곳은 사실 원데이 클라래스가 자주 열리는 곳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원데이 클라스 운영을 지양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공방이다. 미처 유악을 바르지 못한 도자기와 말려지고 있는 도자기들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어도 보기좋은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시간에 쫒겨 스스로 여유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에게 인간미를 되찾는데 도움이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점토의 촉감과 반죽하기 위해 쏟는 노동의 과정은 쉽게 사회의 시간을 잊고 자신의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서툴러도 공방에서 느낄 수 있는 스스로의 생산성이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사회관계망을 오프라인에서 형성할 수 있는 장소로 모여든다는 사실에 어떤 이는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후퇴가 아니라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2의 누하동 공방길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생겨나 지역경제 발전의 균형에 한 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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