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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은 디자인의 즉흥성·유연성에서 나온다”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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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재즈 뮤지션
나이키·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 협업
과민할 정도로 사물이 주는 느낌 중시
분석은 마비 초래...직관적 영감 따라야
‘철학적’ 제한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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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은 당신이 재즈 음악가처럼 즉흥성과 유연성을 갖고 디자인을 대할 때 나옵니다. 시스템을 늘리고, 구부리고, 왜곡해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들어보세요. 우리의 디자인 작품에는 제 피아노 연주만큼이나 리듬감과 즉흥성이 살아있습니다.”

 

감각적인 활자 디자인과 모션 그래픽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디아(DIA) 스튜디오의 수장 미치 파오니(Mitch Paone)에게 디자인은 ‘재즈 연주’와 같다. 정해진 틀 내에서만 움직이는 게 아닌, 즉흥성에서 나오는 영감이 더해져야 진정한 미(美)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페이스북, 발렌시아가, 스퀘어스페이스,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 기업들과 브랜딩 협업을 하며 나온 그의 결과물이 ‘디자인과 예술작품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을 주는 이유가 이해됐다.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연사로 나서는 파오니는 최근 서면으로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자신의 디자인 철학, 창의적 감각을 키우는 비결 등을 들려줬다.

 

디자이너이자 뮤지션인 파오니에게 음악과 디자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는 디자인과 음악이 ‘무언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도 음악처럼 하나의 시스템이고, 작품의 미학을 정의하는 일련의 형식적 구성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음악을 쓰는 것은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즉 둘 다 미의 형식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보는 이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그의 독특한 ‘활자 디자인’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파오니는 그래픽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기 훨씬 전부터 폰트, 타이포그래피 등에 매료됐다고 한다. 모든 글꼴이 각각의 모양에 따른 분위기와 느낌을 갖고 있고,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파오니는 “나는 모든 사물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항상 과민할 정도로 사물이 주는 느낌에 반응해왔고 그것에 쉽게 감동한다”면서 “그것이 내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 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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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없이 많은 폰트 디자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어내는 창의적 작업이 힘겹진 않을까. 그의 답은 간단했다. “인간이 진화함에 따라 창조성도 진화하기 때문에 음악, 미술, 건축, 영화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항상 있을 겁니다.”

 

사물이 주는 느낌을 중시하는 만큼 그의 디자인철학은 “마음을 따르는 것”으로 모아진다. “분석은 마비를 초래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판단도, 애착도, 비교도, 자아도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창조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그저 창의적인 흐름 속에 존재하라”고 했다.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직관적 영감을 따라가다 보면 디자인은 늘 바뀌고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실 디자인은 철학이라기 보다는 과정”이라며 “(특정한) 철학이 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에 어떤 ‘철학적’ 제한도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계속 배우고 내 동료들, 학생들과 그것을 공유하는 것 외에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영감을 얻는 방식은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똑같다. 물론 ‘창의적 프로세스’가 시작되기 전 프로젝트와 클라이언트(고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파오니는 “먼저 좋은 연구를 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해 즉흥적, 창의적인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영감의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스위스 제네바 예술대학(HEAD) 등에서 디자인을 가르쳐왔다. 올해부터는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예술대학(KABK)에서 그래픽 디자인 강의도 진행한다. 그가 작업하는 창의적 프로세스를 전 세계에서 학문적 커리큘럼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에게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해줄 조언을 구했다.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개방적이고, 수용적이 되세요. 당신을 매료시키고 기쁨을 주는 것들을 메모해 두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것, 당신의 경험, 그리고 당신의 관심사들이 ‘미적인 직관(aesthetic intuition)’을 형성할 겁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여러분의 디자인 작품에 가져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1005000490&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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