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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인간의 마음을 이끄는 힘, 디자인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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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전세계 33개국 디자이너 225명 참여

소통·안전·건강·학습…‘디자인 챌린지’

막강한 영향력으로 ‘집단행동 동력화’


소외 극복 휴머니티 ‘사회적 책임’ 고민

빈곤의 고리 끊을 실마리 제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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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의 ‘솔라 카우’[요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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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배달원, 청소원, 경찰, 보안요원, 기자 등 일선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코로나19 감염 방지 안전장비. 핸즈 프리 우산인 누브렐라(Nubrella)를 변형했다.[COVID19 Design Challeng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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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에서 머무르자는 메시지를 재치있게 담았다.[COVID19 Design Challeng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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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기술융합 태양광 스타트업 요크의 ‘솔라 카우’프로젝트. 핸드폰 밧데리 충전비용을 벌기 위해 일터로 몰리는 어린이들을 학교로 부르기 위해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밧데리를 제공하고, 출석을 하면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요크 제공]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던 2020년. 디자이너들이 뭉쳤다. 세계디자인기구(WDO·World Design Organization), IBM 디자인, DFA(Design For America)는 ‘팬데믹 시대, 디자이너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며 ‘코로나19 디자인 챌린지’를 시작한다. 이들은 “위기가 닥치면 디자인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행동을 가능케 한다”며 디자이너들을 독려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감염병을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전세계 33개국에서 225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소통, 필수인력의 안전, 취약계층 안전망, 원격학습, 건강습관 등 다섯개 분야에 대한 프로토타입과 해결책을 공식 사이트(covid19designchallenge.org)게시,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은 막강한 힘이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렇기에 산업혁명 이래, 기업들은 최대의 이윤창출을 위해 디자인을 활용했다. 정치에서는 선동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교육에서는 효과적 교육의 수단으로, 정부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다.

 

디자이너들의 고민은 바로 이지점에서 시작한다.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 어디로 향하게 해야하는 것일까. 외양의 유려함이나 심미적 아름다움을 넘어, 디자인을 평가할 때 ’사회적 책임‘이 대두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올해의 100대 발명품(Best Inventions 2019)에 두 개의 한국 제품을 랭크했다. LG의 OLED TV와 디자인·기술융합 태양광 스타트업 ‘요크(YOLK’)의 ‘솔라카우(Solar Cow)’가 바로 그것이다. 솔라카우는 아프리카 어린이 등교 프로젝트다. 무선 통신기술이 더 널리 퍼진 아프리카에서는 밧데리 충전 금액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터로 보낸다.

 

이같은 현상에 착안한 요크는 학교오면 밧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충전시설 ‘카우’를 기획했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카우가 ‘파워 밀크’라는 하얀색 병 모양의 밧데리를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가난→어린이 노동→교육 실패→가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솔루션을 제공했다. 타임지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전기를 활용하고 교육을 받을 기회를 확대한다”며 솔라카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결국 디자인은 인간을 향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처럼 휴머니티를 입은 디자인일 수도 있고, 솔라카우처럼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Other 90%)’은 이같은 디자인 휴머니티의 총체를 보여줬다.

 

특히 포스터에 소개된 ‘라이프스트로(LifeStraw)’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디자인으로 추앙받았다. 원통형 빨대 안에 정수 여과장치가 들어있어 더러운 물을 빨아마시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99.9%가 걸러진다. 1개면 한 사람이 일년 먹을 정도의 물을 정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디자인의 솔루션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역량이 오히려 구조적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솔라카우는 분명 어린이 노동과 교육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만, 왜 아프리카가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는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문제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일시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형태로 디자인이 소모된다“며 ”가장 창의적인 지혜, 즉 디자인역량이 기득권의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데에만 사용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디자인은 더 크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변화를 추동할 차례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디자인. 모든 것은 인간의 손 끝에서 탄생한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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