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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꽃 그림이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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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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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Flowers, 2018, Oil on linen in artists frame, 114.8x91.6x6(d)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아 참 꽃 같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이 말을 자신에게 한다면 아마도 시비를 거는 것으로 이해할 공산이 크다.

 

언제부턴가 '꽃 같다'는 말이 비속어로 쓰이고 있다. 꽃을 꽃으로 보려하지 않고, 늘 다르게 보려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 지금, 젊은 작가 김성윤(34)은 조금은 고리타분하게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꽃은 꽃이지 않나요?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가 원래 주변부로 벗어나 버린 것들을 다시 데려와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꽃 그림이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는 김성윤 작가의 개인전 '어레인지먼트(Arrangement)'를 개최한다. 전시엔 총 47점의 신작이 나왔다. 뻔 할 수 있는 꽃 그림이 특별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는 건 작가의 성실한 '탐구'때문이다. 작가는 직접 꽃 시장에서 꽃을 고르고 꽃꽂이를 한 뒤, 회화로 그려낸다. 물감이라는 물질이 꽃잎으로 변하는 감각적 변화의 순간에 충실하다. 더구나 미술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특정시대 대가(마네, 얀 브뤼헐 등)의작업을 본인의 창작 시발로 삼는다는 것도 특기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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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Bouquet in a Maille Jar, 2019, 79.5x69x6(d)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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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Assorted Flowers in the White Porcelain Jar with a Blue Dragon, 2019, Oil on linen in frame, 143x119.5x4.5(d)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전시에 나온 작품은 크게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1층에선 고전주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회화가 걸렸다. 네델란드 대가인 얀 브뤼헐과 얀 반 허이섬의 스타일을 차용했다. 개화 시기와 피는 장소가 다른 꽃들을 한 화면에 담아 시공을 초월했던 이들처럼 김성윤도 구글 이미지와 포토샵을 통해 시공을 뛰어넘는다.

 

2층에서는 시판되고 있는 파스타, 올리브, 잼 병을 꽃병으로 재활용해 꽃꽂이를 하고 이를 정물로 담아냈다. 이 병을 생산한 회사의 로고가 액자 하단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지하 1층에서는 인상주의 대가인 에두아르 마네가 말년 병상에서 그린 16점의 꽃정물을 흑백으로 재연출했다.

 

꽃이라는 전통적 주제를 흑백, 포토샵, 제작사의 로고를 활용하는 등 동시대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 어색하거나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뛰어난 회화실력 때문이다. 앞 선 두 번의 개인전(Authentic, Athlete)에서도 존 싱어 사전트(1856~1925)의 기법을 인용해 근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인물화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서문을 쓴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 운영부장은 "말년에 제작한 16점의 꽃그림과 동일한 종류의 꽃을 꽂는 것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임종을 앞둔 화가 말년 양식에 대한 오마주이자 흑백으로만 그려진 꽃 정물이라는 점에서 꽃의 형태와 이미지보다는 흑백 베리에이션과 붓 터치를 부각시켜 마네로부터 출발한 모더니즘의 화두를 전면에 포진시킨다"고 평했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이한빛 /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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